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를 부제목으로 달고 있는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과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매달 신작과 베스트셀러를 둘러보며 책 소개와 리뷰를 읽은 후 구매 결정을 하는데 스포일러를 절대 보지 말고 읽어야 하며, 자신이 읽은 최고의 책이라는 칭찬이 가득 있는 리뷰를 보며 별 고민 없이 결제 후 읽기 시작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저지 : 룰루 밀러
발행 : 2021.12.17
장르를 구분하기 어려운 책
책장을 넘기면서 여러 장르를 넘나 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에세이인가? 싶은 생각이 들다가 소설인가 싶을 때쯤 철학서로 바뀌고 스릴러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자 룰루 밀러는 과학 전문기자로 소설가 같은 글을 쓰며, 글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작가들 사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얇지 않은 이 책에는 룰루 밀러 자신의 이야기,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이야기, 다윈의 진화론, 우생학 등 과학, 철학, 우주, 인간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냥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나름 쉽게 설명하고자 했던 것인지 아주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목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네요.
위대한 생물학자의 진실
도입부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물학자의 이야기.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분류학에 뜻을 두고 물고기를 선교활동의 대상으로 선택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그가 30년 간 쌓아 올린 수천 개의 표본들이 무너져 내리게 됩니다. 모든 성과들이 물거품이 되는 경험을 한 이후, 역경을 딛고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 작은 일들부터 묵묵히 해내며 혁신을 이루어냅니다. 하지만 점차 조던의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설립자 중 한 명인 제인 스탠퍼드의 독살설이 제기되었고, 그때 발견된 독약은 조던이 물고기를 잡을 때 쓰던 스크리닌이었던 것입니다. 우생학을 추종하던 조던은 인류가 진보하려면 부적합자들을 찾아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정했습니다.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추적을 시작했던 조던이 사실은 과학적 신념으로 포장된 미치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물고기는 무엇일까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책장을 넘기면서 계속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물고기는 무엇을 빗대어 나타낸 것이고 저자가 전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책입니다. 확실히 쉬운 책은 아니지만 몰입이 잘되는 책인 건 확실한 거 같아요. 진화론, 우생학 등의 내용이 책의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나아가 동물, 인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연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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